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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낭송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그널북(루고김)
2010. 9. 23. 13:10
시낭송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시인이 최근 시낭송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나서, CD를 구입(2000/12/14)했다. 첫느낌은 뭐랄까.. 표현하기는 좀 뭣하지만... 굉장히 운치가 있었다. 보통 시낭송집은 피아노곡에 유명인이 낭송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것은 대나무 피리 소리와 함께 류시화 시인이 직접 낭송한 것이어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특히 류시화 시인의 목소리가 더욱더 정겹게 느껴졌다. 수록된 목록이다
1. 길 위에서의 생각
2. 소금인형
3. 민들레
4. 시월새벽
5.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6. 붉은 잎
7. 누구든 떠나갈 때는
8. 구월의 이틀
9. 벌레의 별
10.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11. 나무
12. 목련
13. 그토록 많은 비가
14. 안개 속에 숨다
15. 여행자를 위한 서시
16.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해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법정(스님)
아침나절에는 대숲머리로 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더니 오후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숲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드는 것 같다. 어느 가지에선지 청개구리들이 끌끌 끌끌 요란스럽게 울어댄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놓고 들어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시는 커피 맛 또한 별미다.
서울 불일서점에서 오늘 인편으로 부쳐온 시집을 펼쳐들고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었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실린 시다. 시는 따로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지신의 목소리로 두런두런 읽으면서 느끼면 된다. 시는 눈으로 읽어서는 그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소리내어 읽어야만 운율과 함게 시가 지닌 그 속뜻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괴어 있는 물이건 흐르는 물이건 그 물 속에는 많은 것들이 함께 있다. 텅 빈 하늘에도 새가 날고, 해와 달이 돋아오르고, 별이 솟는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르고 비와 이슬을 머금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안에도 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을지라도 무수한 인연의 끄나풀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어떤 끄나풀은 내 삶을 넉넉하고 순수하게 채워 주는가 하면, 또 어떤 끄나풀은 내 삶을 어둡게 하고 지겹게 하고, 때로는 화나게 만든다.
내 안에서 나를 주재하는 이는 누구일까? 또 나를 다스리고 나를 뒤흔드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그 '나'는 누구인가?
사람에 따라서 그곳은 신일 수도 있고, 불성이나 보리심일 수도 있다. 선 수행자라면 그것은 또한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화두일 것이다. 그리고 맹목적인 열기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자나깨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것들은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을 흘러 은밀한 내 꿈과 하나가 된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니, 이렇듯 그리운 존재를 지니고 절절하게 사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캐내면서 스스로 꽃다운 사람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런 '그대'를 지닌 사람은 축복받은 삶이다.
그리고 그런 '그대'를 지니지 못한 가슴들은, 이런 시를 거듭 읽으면서 일상 속에서 삶의 신비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이 방안에 모여 별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문 밖으로 나와서 풀줄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를 구경했다
까만 벌레의 눈에 별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나는
벌레를 방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어느새 별들은 사라지고
벌레의 눈에 방안의 전등불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벌레를 풀섶으로 데려다 주었다
별들이 일제히 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집에 실린 <벌레의 별>이란 시다.
참 좋은 시다.
이건 단순한 시가 아니라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는 삶의 양식이다. 맑은 눈과 생각이 깊은 사람이면 누구나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신비다.
진리와 실상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시인의 일상적인 체험을 통해 그 비밀을 열어보이고 있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의 가르침을 듣는다. 종교가 무엇이고 깨달음이 어떤 것이며 선의 세계가 어떻다고 외치는 소리가 정기적인 집회마다 시끄럽게 넘친다.
그러나 곰곰이 귀를 기울여 보면 얼마나 메마르고 공허하고 관념적인 소리인지 그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스스로 깨달았노라고 자기 선전을 하는 사람치고 그에게서 깨달음의 행을 본 적이 있는가?
꽃이 꿀을 품고 소리쳐 부르지 않더라도 벌들은 저절로 찾아간다.
자기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부처님과 조사를 속이는 이런 행위를 불교 승단의 계율에서는 대망어, 즉 새까만 거짓말이라고 해서 승단 추방의 허물로 여긴다. 진정한 삶의 이해에 도달하지도 못한 사람이 어떻게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방안에 모여 앉아 별에 대한 이야기를 맨날 해보았자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소 밖에 나와 자기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마주칠 때, 우주의 신비를 함께 터득할 수 있다.
좋은 시를 읽고 있으면 피가 맑아지고 삶에 율동이 생기는 것 같다. 시는 일용의 양식 중에서도 가장 조촐하고 향기로운 양식일 것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이 계절에 우리도 그대에 대한 그리움을 지녀볼 일이 아닌가.
☞ IXIA : 법정 스님의 이 글은 류시화 시인의 '시낭송집'에서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은 법정 스님의 수필집 [버리고 떠나기](샘터)에서 재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기사] 2000.12.11. 월요일, 일간스포츠 (23면)
귀열고 빠져보는 명상의 세계
시인 류시화씨 자작시 낭송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펴내
명상 시인 류시화씨의 대표 시를 시인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
시쓰기 외에도 여행수필가, 번역가로도 활동하며 베스트셀러 제조기란 별명과 함께 폭넓은 독자층을 확복하고 있는 류씨가, 자신의 시를 육성으로 낭송한 시집을 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웅진) .
지난 91년 낸 이후 100만부 이상 팔린 첫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중 '길 위에서의 생각' '소금인형' '안개속에 숨다'와,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중 '여행자를 위한 서시'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등 16편이 실렸다.
대나무 피리 등을 이용한 인도 전통 음악을 이용, 명상과 구도로 집약되는 그의 시세계를 보다 확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그가 명상과 수련의 공간으로 즐겨찾는 인도와 인도인의 모습이 담긴 작은 수채화 16커트를 곁들인 40쪽짜리 올컬러 미니 시집이 한 묶음.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을 거의 사양한 채 은둔자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이기에 이번 육성 낭송시집은 그의 존재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
이문재 시인은 "류시화 시인은 일상 언어들로 신비한 세계를 빚어낸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시의 중요한 미덕이다. 낯익음 속에 감춰져있는 낯설음의 세계를 발견해 내는 것이 이 시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평한다. 덧붙여, '그의 시의 또다른 미덕은 탁월한 낭송시'라 했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 집이 있는 자는 빈 틀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길위에서의 생각>중.
시인은 떠나고 없다. 설산이 기다리고 있는 티베트로 갔다. 그는 또 어느 길 위에서 집을 그리워하고 있거나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전경우 기자]
출처 : 찬양나라2008
글쓴이 : 행복mak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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